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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이라는 착각출판계의 빛과 소금 2023. 12. 2. 11:44반응형
하굣길에 친구들이랑 불량식품이나 나눠 먹다 보면 수많은 위험이 도사린다. 예수를 믿어야 한다며 날 4시간 넘게 설득하는 아주머니, 우리 교회에 와보라며 간식과 팜플렛을 주면서 말을 거는 전도자들까지. 부모님과 선생님 어느 어른에게도 교육받은 건 없었지만 믿거나 따라가지 않았다.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세상을 창조하고 나 포함 여기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들의 아들, 딸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적의 본거지로 가게 된 건 다름 아닌 사소한 이유였다. 친구가 교회에 등록하면 닌텐도를 준다고 했던 것. 친구가 아주 열심히 설득한 결과 반신반의하며 갔었는데 닌텐도는 무슨 양말 한 켤레 받았다.(지금 생각해 보니 날 속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이름이 불리고 환영한다며 박수를 받고 내 손 위의 양말을 보며 망연자실 한 마음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그때 친구는 어디 가고 목사쯤 되려나 교회의 감투를 맡은 것으로 추정되는 아저씨가 날 전도하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말해도 어딘가 팅하고 튕겨나가는 나의 사상에 몹시 당황해하셨고(그 당시 나는 어른에게 굉장히 예의 바르고 순한 아이였으나 아닌 건 아니라고 말했던 것을 보니 요즘으로 따지면 MZ라고 한소리 들었을 것 같다.) 다른 예시를 들어가며 설득해내고 싶어 했다. "꼭 직접 보지 않아도 주변에 얘기를 들어서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고 말하면 아 메달을 땄구나 하고 믿을 수 있지 않나요?" "저는 직접 보고 듣지 않은 건 믿지 않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했고 1시간을 족히 넘겨서 땀을 흘리시던 아저씨는 점심시간이 되자 '다음에 얘기합시다.' 하고 나를 풀어줬다. 그 당시 아주머니들이 맛있게 만들어주시는 잔치국수까지 맛있게 먹고 돌아왔으나 다시는 교회를 가지 않았다. 그 친구도 나에게 교회에 오라고 말을 하지 않았다.
한참 뒤에 부모님께 말씀드리자 혼이 났던 것도 같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이 보지도 않은 하나의 교리를 믿고 움직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이상하게 여겨지는 그곳의 문화가 꽤나 낯설게 다가왔다. 음모론자, 가짜 뉴스 신봉자 등 왜 같은 것을 보고 다른 논리에 빠지는지, 자신이 옳다고 착각하는 이유가 뭔지, 진실이라고 믿는 게 착각에 불과한 사실이라는 논증을 써낸 책이라고 해서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생각나 주문하게 되었다.
그때보다 더 정보의 홍수가 된 지금, 우리는 지나친 자기 확신을 경계해야 하는 때이다. 어린 시절 총명했던 주관과 가치관도 세월이 지나 흐려지기 마련이고 불안한 상태라면 더더욱 믿고 싶은 것을 믿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철학과 심리학, 과학의 연구 결과로 질문하는 이 책을 읽고 더욱 나의 착각을 경계하게 되었다.반응형'출판계의 빛과 소금'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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