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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출판계의 빛과 소금 2022. 5. 13. 00:57반응형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영제는 'Why Fish Don't Exist'.으로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가'이다.
한글 제목이 더 구미가 당기게 하는 매력이 있다.
서론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추천 때문이다.
나는 유독 남의 말을 더 무게감 있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내가 고민하던 것도 남이 별로라고 하면 포기한다던지
별로라고 생각하던 것도 남이 추천을 하면 덜컥 관심을 가진다던지
좋아하는 유튜버가 추천은 하지만 이유는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스포일러를 피해 가며 얻게 된 하나의 사전 지식은 후반부에 반전이 있다는 점인데
기대감을 키워가며 읽게 되었다.
줄거리
작가 본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남들과는 달랐던 "부적합"했던 성장과정들
어딘가 유별난, 부모님을 실망시키는 주인공은 아버지와의 이야기들을 되새긴다.
'인간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본인을 이해해주고 의지할 수 있는 곱슬머리 소년을 만난다.
주인공의 실수로 헤어지게 되고
너무 후회한다. 그 소년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빈다.
그런 어둠 속에서 한줄기의 빛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알게 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19세기의 생물학자이다.
몇십 년에 걸쳐 물고기를 동정하는 작업을 해오던 중
난데없는 지진으로 모든 표본과 물고기들이 바닥에 떨어지고 부서지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알아볼 수 있는 물고기의 이름을 기억해내 이름표를 물고기에 바느질하는 사람.
자기가 하는 일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전혀 없을 때에도 자신을 던지며 계속 나아가는 사람.
타인의 삶에서 길을 안내받고 싶어 하는
주인공은 그(혼돈에 항복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의 회고록을 읽게 되고 그를 살펴본다.
그의 관심은 별에서 시작된다.
어린 시절, 별에 관심을 주며 별의 질서를 정리하는 일을 끝내자 본인의 중간 이름을 스타로 짓고
꽃으로 관심을 돌린다.
생활에 도움도 안 되는 것에 몰두하여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지만
꽃의 전문가인 이웃 할아버지, 사랑하는 형의 도움으로 꽃의 질서를 정리하고 이름을 외우고 붙이는 일을 한다.
그렇게 생물학자 교수로 성장하였고,
당대 최고의 박물학자인 '루이 아가시'를 만나고 그의 관심은 물고기가 된다.
전 세계 발이 닿는 곳의 물고기를 찾고 이름 붙이며 정리한다.
물고기를 연구하는 생물학자로 미국에서 이름을 알리게 되고 재력가의 지원을 받아
스탠퍼드 대학교를 설립하여 연구에 정진한다.
아마 여기까지 읽으면 다들 조던은 소외된 것에 관심을 주는
따듯하고 열정적인 학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주인공 또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조던에 대해 파헤쳤다.
이 지도자의 삶을 보면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곱슬머리 남자가 돌아올 것이고 내 인생이 잘될 것이라는 믿음이 주인공을 살게 했기 때문에.
스탠퍼드 대학의 설립자(지원자)인 스탠퍼드 부부 중 남편이 죽게 되었다.
조던의 연구가 돈이 되지 않다고 생각하여 탐탁지 않았던 부인은 다른 연구를 해보라는 조언을 하고 몰아낼 수 없는지 고민하다
두 번의 독살의 위험을 받고 그중 한 번은 미수, 한번은 성공하여 죽음에 이른다.
이로서 조던을 막는 자는 없어졌다.
그 죽음을 조던이 했다고 확실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조던이 바라던 일은 맞다.
이후 조던은 부부의 편이었던 관리자를 부당하게 해고하였다.
그 행동으로 다른 연구자들에게 반감을 사 대학교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러던 중 '찰스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의 '우생학'이라는 주장을 보게 된다.
본인이 생각하던 주장과 같아 비주류였던 사상을 열렬히 옹호하게 된다.
우생학이란
인간의 '부적합'한 배경들이
(예를 들면 문란한 것, 숙제를 하지 않는 것, 거짓말을 일삼는 것, 성병을 가진 것, 도덕적이지 않은 것 등)
모두 유전자로 결정된다고 믿는 것이다.
3대에 걸쳐 유전이 되어 최초 발견된 그 숙주로부터 불임을 통해 유전자의 되물림을 막아야
인류를 멍청한 것으로부터 구원하고 더 나은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며
그것이 그 우매한 인류들로부터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반대하는 학자들이 넘쳐났지만 조던은 연구와 사례들을 조사하여 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조던은 사랑하는 형이 노예제 폐지를 위해 힘을 썼지만
자신은 정작 인종 간의 차이가 있고 백인이 우수하다.라는 주장을 인정하였다.
캐리 벅이라는 젊은 여자가 부적합한 사람들을 모아두는 수용소에 도착하였고(17살 때 강간을 당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의지에 반해 불임화를 당했다.
강제 불임화는 전국적으로 실시되었고 수많은 여성들은(대부분이 유색인종인) 자신과 같은 눈과 머리색을 가진 아이를 볼 수 없게 되었다.
2010년까지도 캘리포니아 교도소에서 여성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불임화 수술을 자행하였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겠지만,
100년 전의 사상과 생각, 법이 아직도 남아있다.
현재의 사고방식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흑인은 인간보다 낮은 종이라고 믿었던 '루이 아가시'의 동상이 있고,
사회의 가장 취약한 집단을 '몰살'시킬 것을 촉구하며 전국을 누볐던 남자 '조던'의 이름이 미국의 전역에 붙어 있다.
주인공이 모델로 삼으려고 했던 조던은 악당이었다.
본인이 주장하는 의견은 실제 과학적으로 거짓이더라도 그것을 무시하고 재단하여 부정을 주장했고,
자신이 맞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희생하였다.
주인공은 그 수용가에 살았었던 한 여자 애나를 만난다.
애나는 발가벗은 채 방치되었다는 이유로 수용소에 잡혀갔다.
불임 수술에 동의하기 전까지는 그 수용소를 탈출할 수 없었고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구타를 당했다.
애나는 엄마가 되겠다는 소망 하나로 수용소에서 살아왔다.
시간이 흘러 새로 들어온 소녀 메리를 지켜주며 보살폈다.
하지만 애나는 시간이 지나 강제로 불임화를 당하고 수용소를 나오게 된다.
수용소를 나와 메리와 함께 살고
본인들을 재단했던 사람들이 바라지 않는 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귀여운 동물들과, 장난감 아기와 함께 살며 서로를 지켜주고 살게 하고 의지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애나의 불임화 수술로 인한 배의 흉터를 보면서
그 자리에서 죽이지 않고 남아 있는 생을 끝까지 살도록 허용해주는 자비였음을 아는 것을 생각한다.
경악스럽다.
인간들은 우생학적 관점에서 보면 중요하지 않다.
금세 사라질 점 위의 점 위의 점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관점일 뿐이고
어머니를 대신해주는 존재, 웃음을 주는 존재, 살게 하는 존재, 근원이다.
다윈의 주장이다.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캐럴 계숙 윤의 책 " 자연에 이름 붙이기"에 따르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분기 학자에 따르면 외관의 모형이 같은 것들을 모아 물고기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고
실제로는 그 '물고기' 대부분이 다 다른 종이라는 것이다.
연어는 소와 비슷한 종이고,
상어와 가오리들은 포유류와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송어와 장어보다 우리와 거리가 훨씬 멀다.
조던이 비난했던 멍게는 게을러서 도태된 동물이 아니라
척추를 가장 먼저 갖춘 생물로 혁신가였다.
에필로그
시카고를 떠나 워싱턴 DC로 간 주인공은 거기서 한 여자를 만난다.
첫눈에 반해 이끌리게 되는 여자.
"짝"의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여자.
그는 그 여자를 만난 것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며
모든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허구를 쪼개버릴 대형 망치이다.
변화
이 책이 출간되고 여섯 달 뒤,
스탠퍼드 대학과 인디애나 대학에서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름이 붙은 건물의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모든 학생과 교사 등이 시위로 항의한 결과 내려진 결정이라고 한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100년이 한참 지나고 인정한 것이다.
후기
책을 이틀에 걸쳐 다 읽었다.
반쯤 읽고 나서야 비문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도중 의문이 계속 들었지만
나는 이 책은 소설이며 허구라고 생각했다.
너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이 책은 전기, 과학, 철학, 자기 성찰의 융합이다.
문학적인 책이다.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대한 찬사라고 해보자.
책이 의도하는 순서대로 초반에는 조던을 존경했다.
관련된 지식이 없다 보니 이 허구인지 진실인지 가늠이 안 되는 책 속에 조던은 영웅이었다.
미국의 생물학 학문을 성장시키고,
소외된 것에 관심을 주어 희생하고 연구하며 살아가는 학자의 삶을 살았다.
전기를 읽다 보면 나도 주인공처럼 삶의 의미를 또는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가지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던은 본인의 잘못된 생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며 자신의 영웅적 서사에 가담시켰다.
물론 그 행동에 의문 혹은 비판을 하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의 잘못도 있다.
지금이라도 바로 잡힌 부분이 다행이라고 해야 될지 감히 모르겠다.
지금도 수많은 물고기와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을 것이고
물고기를 잃지 않기 위해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불편한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믿음을 의심해야 한다.
책에 나온 단어들은 모두 복선이 되어 연결된다.
퍼즐이 맞춰지면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아마 물고기를 죽이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책에 경이를 일으킬 것이다.
이 책에 반감이 든다면 본인의 조상이 조던이 아닌지 찾아보기를.
전기이지만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과학적이지만 철학책 같기도 하다.
내가 다양한 시선을 가지고, 다양한 의심을 품을 수 있도록 도와준 룰루 밀러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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